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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사회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사퇴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총장이 결국 사표를 던졌다. 그는 한예종에 대한 생체해부식 표적 감사에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황 총장의 중도 퇴진은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문화예술계 기관장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진행된 ‘밀어내기식 인사’의 결정판이라 평가할 만하다.

황 총장은 공금유용 등 개인비리와 학교운영 부실의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나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전(前) 정권 때 발령을 받은 문화 예술인이라는 것이고, 그 때문에 사퇴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이는 다 안다. 황 총장 역시 뉴라이트 계열 인사나 관료들의 눈에는 같은 코드로 보였을 것이다.

황 총장에 대한 감사 내용을 보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공금 유용·근무지 이탈·교육과정 부실 등이 지적됐고, 입시부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도 덧붙여진 모양이다. 영수증 처리 과정의 실수라고 해명한 학교발전기금 유용 문제나 보고 절차를 몰라 불거진 근무지 이탈 부분은 사퇴압력 이유치고는 낯간지럽기 짝이 없다. 근무지 이탈에는 산책하고, 사진 찍은 것도 포함됐다는데 이 대목에 이르면 실소를 금할 길 없다. 도대체 한국의 예술종합대학총장이 근무지를 사수해야 하는 최전방 군인이란 말인가.

황 총장과 관련된 자녀 입학비리 의혹과 난센스처럼 들리는 북한우편물 문제도 근거없이 거론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통섭교육을 중지하라는 문화부의 지시는 문화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꼴이다. 통섭교육은 학제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문화예술의 지평을 열 수 있는 방법으로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 아닌가. 황 총장 사태를 보면서 문화부는 한예종을 산하 ‘문화기관’이나 ‘문화공장’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예종은 문화예술의 첨병을 길러내는 차별화된 교육기관이고, 문화적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귀중한 예술마당이다. 교육과 문화를 정치논리로 몰아붙인다면 우리의 문화예술에는 미래가 없다.

출처 : 경향신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