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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도움 그리고 나눔커뮤니티

북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것은 겨우 옥수수 한줌

올 1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굿네이버스가 지원하고 있는 평양 육아원과 남포 육아원에 분유 8,112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6월과 8월에는 옥수수 140톤을 지원했습니다. 
분유는 400명의 유아들이 4개월 동안이나 먹을 수 있는 양이고, 옥수수는 4인가족 520가구가 6개월간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우리가 곧 있을 추수를 앞두고 들떠 있는 동안 여전히 어려운 북한의 식량 상황은 북한의 주민들을 눈물짓게 하나봅니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는 두 개의 수도가 있습니다. 서울과 평양.
두 수도의 거리는 200km로 서울과 부산의 거리보다 가깝지만, 왜 우리는 이 가까운 곳의 소식을 잘 모르고 지낼까요? 한 민족으로서, 그리고 대북 사업 담당자로서 식량난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북한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작년 이맘때 쯤에도 외신으로부터 북한의 힘든 식량 상황이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식량상황은 90년대 중반을 연상시킬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국내 민간단체들은 신속히 북한의 식량난 해소 캠페인을 실시하였고, 600만 톤의 옥수수를 긴급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북한의 식량난 소식이 2009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의 북한의 현실


 지난 해 북한은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을 401만 톤을 생산했습니다. 이것은 최소한으로 책정했을 때도 모든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기엔 무려 204만 톤이나 부족한 양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지난 95년부터 수해와 가뭄의 반복에 의한 토양의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고, 비료나 양질의 퇴비가 부족하여 곡물 생산량이 전체 인구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세계식량계획(WFP), 2008
게다가 경색된 남북 관계로 인해 남측 정부가 제공하던 비료 지원도 중단되었습니다.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이 계속해서 부족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생산해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추수가 가까워진 지금이 풍년을 기다리는 남측 상황과는 정반대로 비축된 식량이 없어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 ‘지난 10년간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굶주림을 체험하고 있다.’ : 국제사면위원회(AI)
- ‘북한 주민의 40%인 870만 명이 긴급히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농업기구(FAO) 
- 북한 여성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리고 있으며, 5세 이하 어린이들의 37%가 영양실조이다. : 세계식량계획(WFP)

이런 식량난에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어린이와 산모입니다. 
생명을 잉태한 45kg 이하의 산모들이 부족한 영양 상태로 인해 저체중의 아이를 출산할 확률은 90%이상. 영양부족의 산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 역시 영양부족 상태로 세상과 첫 대면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릴 젖조차 부족한 엄마로부터 아이는 충분한 영양을 보급 받지 못하게 됩니다. 
아동들은 유아기 때 95%가량의 뇌형성이 이루어지는데, 특히 그 시기에 균형 잡힌 양양소가 섭취되지 않으면 그 아이는 뇌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생명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신체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남과 북의 아이들의 신장차이가 난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인데 DNA가 후천적으로 변하는 걸까요?



우리가 지원한 분유와 옥수수로 우선적으로 배고픔이 해결되고 아이들의 지연된 성장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정도의 분량으로는 모든 북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모든 북한 아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분유, 밀가루, 영양식 같은 다양한 식품군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남한 아이들과 같은 눈 높이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굿네이버스는 인종과 종교, 사상과 지역을 초월하여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는 제 1의 행동강령을 가지고 세계 어디든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그들을 돕기 위해 달려갈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 또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멈춰버린 키 작은 아이의 성장이 다시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남과 북의 아이들이 손잡고 활짝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글_ 윤석원(굿네이버스 대북협력팀)